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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집주변 CCTV 추가한 현장 가보니…“심각” 한숨만 (동아일보)
관리자
작성일 : 21-01-11 15:17  조회 : 5,599회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이 다음 달 13일 만기 출소를 앞둔 가운데, 경기 안산에서 조두순이 머물 곳으로 알려진 지역에 설치됐거나 설치될 폐쇄회로(CC)TV가 범죄 예방에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조두순뿐만 아니라 다른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의 거주지 역시 범죄 예방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안산 2020년 방범 CCTV 설치 계획’에 따르면 해당 구에서 12월까지 설치를 마무리할 CCTV는 모두 148대. 법무부가 조두순 예상 거주지의 반경 1km 이내에 증설하겠다고 발표한 CCTV 70여 대가 모두 포함된 수치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범죄예방설계 전문가인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와 현장을 점검했더니, 해당 CCTV 설치안은 범죄 예방에 적절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단 결론이 나왔다. 먼저 148대나 추가되지만 같은 장소가 중복돼 실제 늘어난 방범지역은 38곳에 불과했다. 게다가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나 사거리 위주로 설치돼 골목 등 실제 범행이 자주 벌어지는 공간은 사각지대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이 교수는 “이런 식의 CCTV 설치는 범죄 예방이 아니라 사후 검거에만 효과적”이라고 평했다.

이 교수는 해당 지역의 종합적인 범죄 예방 환경도 ‘낙제점’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특히 △범행이 용이한 외진 공간들이 방치돼 있고 △주변 거리의 야간 조명이 미비하며 △유흥가 골목이 초등학생 등하굣길로 쓰이는 점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이 교수는 “서울 경기의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거주지들도 함께 검토한 결과 똑같은 약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범죄 취약한 골목 대신 큰길 향한 CCTV… 가로등도 상당수 꺼져 ▼

“솔직히 예상보다 더 심각합니다. 모든 측면에서 ‘평균 이하’예요.”

11일 오후 경기 안산시에서 만난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조두순의 예상 거주지 주변을 4시간가량 둘러보면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셉테드(범죄예방설계)학회의 초대 회장을 지냈던 이 교수는 국내에서 범죄 가능성을 줄이는 환경 구축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이날은 다음 달 만기 출소하는 조두순이 부인의 거주지인 안산으로 돌아오는 데 한 달이 남은 시점.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출소 전 범죄예방 환경 조성 및 법률 개정 △일대일 전자감독 등 가장 높은 수준의 관리 감독 등의 내용이 담긴 ‘조두순의 재범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공동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조두순의 재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향후 계획안을 토대로 현장을 둘러보니 고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 CCTV 큰 거리에만…고장 난 가로등도 많아

조두순 예상 거주지의 반경 1km 이내를 샅샅이 훑어본 이 교수는 먼저 폐쇄회로(CC)TV의 비효율적인 위치부터 지적했다. 이날 인근 대형 건물들의 외곽을 돌아본 결과 모두 다섯 군데에서 방범용 CCTV 10여 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이 차량이 다니는 대로나 사거리 교차로 위에 설치돼 있었다. 게다가 대다수가 카메라 방향이 차도 등 큰 거리만 비추고 있어 주변 골목이나 시설물을 감시하지 못했다.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CCTV는 관리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으나 민간에서 설치한 CCTV는 눈에 띄게 노후화돼 있었다. 또 몇몇 CCTV는 렌즈 유리에 먼지가 뿌옇게 앉아 제대로 촬영이 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설치된 CCTV는 범죄 예방이나 현장 포착에 효과가 없다. 사고가 발생한 뒤 용의자의 도주 경로를 추정하는 용도로밖에 쓰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조두순 예상 거주지 인근 38곳에 설치될 CCTV들의 위치도 문제였다. 이 가운데 32곳이 대로나 사거리에만 집중돼 있었다. 이 교수는 “CCTV는 개수보다 ‘분포’와 ‘방향’이 제일 중요하다”며 “주민들의 다양한 실제 동선을 고려해서 위치를 잡아야 하는데, 너무 일괄적으로 ‘사람 많이 다니는 곳’에만 몰려 있다”고 했다.

거리 곳곳에 ‘으슥한 공간’이 많은 것도 지적됐다. 인근 건물들의 창고나 지하실 등이 별다른 장치도 없이 방치돼 있었다. 문의 걸쇠가 대부분 부식돼 있고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실제로 들어가면 음침하고 밖에선 확인이 안 되는 공간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범죄 예방에 이런 공간의 관리는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지하 공간 등은 반드시 꼭 잠금장치를 설치해 관리해야 한다. 이 교수는 “건물 옥상 역시 평소에는 열 수 없고 화재경보기가 울릴 때만 개폐가 가능하도록 만들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후 8시가 되자 주변은 상당히 어두워졌다. 한 주거지 뒤편 거리는 약 20m 간격으로 가로등이 세워져 있었지만, 고장 난 가로등이 적지 않았다. 인근 주차장의 조도도 개선 사항이었다. 이 교수는 “밝기가 평균적으로 0∼1럭스(LUX)로 5∼10m 전방에 있는 물체의 윤곽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며 “이런 불빛으론 CCTV도 제대로 기능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다른 아동 성범죄자 거주지도 개선 시급

그런데 이런 문제는 조두순의 예상 거주지만 겪고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의 거주지 역시 사정은 좋지 않았다.

조두순 거주지로부터 10km가량 떨어진 지역에는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네 차례 저질렀던 A 씨가 살고 있다. 이곳은 크고 작은 빌라들이 빽빽이 들어선 지역이다.

최근 둘러본 이 지역은 골목 곳곳이 음습해 성인 남성도 밤에는 혼자 다니기 께름칙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불법 주·정차한 차량들이 골목에 가득한데 차고가 높은 화물트럭이 많아서 성인 남성도 건너편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곳의 방범용 CCTV는 처음 거리로 들어서는 골목 입구 사거리에만 설치돼 있다. 한 주민은 “이마저도 차량들에 가려 안쪽은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는 구조”라며 혀를 찼다. CCTV 아래 기둥에 비상벨이 달려 있었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아동 성범죄 전과 4범인 B 씨가 살고 있는 서울의 한 지역은 가로등이 너무 부족했다. 야간이 되자 인근 주택 등에서 새어나오는 생활조명에 의지해 겨우 주변만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 골목은 누군가가 아예 가로등을 철판으로 막아 거리를 어두컴컴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곳 역시 CCTV는 골목 입구에만 3, 4대씩 설치돼 있었다. 카메라가 골목 안쪽으로 바라보고 있긴 했는데, 정작 골목이 곡선으로 휘어져 있어 안쪽이 보이지 않았다.

이 교수는 “아무리 범행 의도를 가진 용의자가 있더라도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범행 발생률은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CCTV의 분포와 주변의 밝기, 시야 확보 등 사소한 문제만 해결해도 범죄 예방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산=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